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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고민하다 생각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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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고민하다 생각을 바꾸다.

귀농을 하고 10년 지나 농업과 농촌생활에 익숙해질 무렵에 나는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서 있었다. 그동안 학교 이름은 두 번이나 바뀌어서 한국농수산대학교가 되었고, 복학해서 학교도 졸업하고 농학사 학위도 받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큰 아이가 5살이 되던 해였다. 통장 잔고는 이미 오래전에 바닥이었고, 빚은 쌓여가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농공단지에 있는 공장으로 나가 지게차를 운전하고, 창고 일을 시작했다.

지금 당장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고, 가족을 위해서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내가 선택한 삶에 대해서 후회도 조금의 미련도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어떤 것이 문제였고, 그 것을 해결하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첫째로 나는 판매와 유통을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자기만족을 위한 농업을 했었다. 어쩌면 판매보다도 내가 먹기 위해서 다양한 작목을 심고 가꾸다 보니 정작 소비자가 원하고 바라는 농산물이 무엇인지는 전혀 몰랐다.

둘째는 내가 갖고 있는 생각과 기준이 항상 옳지 않았다. 공판장에서는 유기농을 취급하는 곳이 따로 없었고, 색깔이 곱고 윤이 나며 당도가 높은 것들이 좋은 값을 받았다. 유기농이라고 해서 소비자가 무조건 선택하고 비싼 값을 지불하고도 구입해서 먹을 것이라는 생각은 큰 잘못이었다. 사과 밭에 취재 나왔던 연예인이 맛을 본다고 사과를 한입 베어 물었을 때 벌레가 나오는 것을 보고 기겁하며 사과를 내동댕이쳤던 일이 기억난다.

마지막으로 왜 생산자는 유기농을 해야 하고, 소비자는 유기농을 먹어야 하는지 제대로 알리지 못했고, 전달방법도 부족했다. 농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나와 같은 고민을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고, 시골에 살면서 어르신들이 핸드폰 사용법을 물어보시거나 온라인으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부탁했던 일들을 되짚어 보면서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를 만나는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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