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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유기농의 벽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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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유기농의 벽을 만나다.

유기질 퇴비를 얻기 위해서 전국 곳곳을 다니기도 했다. 부화장에서 계란껍질을 화물차에 가득 싣고 오다가 아무런 생각없이 식당에 들어갔는데 손님들이 냄새 때문에 불쾌하다고 하여 쫓겨난 적도 있다. 그리고 된장공장에서 콩을 삶은 물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가 밭에 뿌려 주기도 했는데 추운 겨울날에 눈이 무릎까지 찼었고, 저녁 10시가 넘었지만 달빛을 벗삼아 일을 하기도 했다. 바닷가에서는 굴, 조개 껍질을 한 가득 싣고 왔다.

천연농약을 만들기 위해서 호두가공공장에서 호두 껍질을 가져와 살충제를 만들었고, 깊은 산속에 있는 흙을 가져다 미생물 배양액을 만들어 증식시키기도 했다. 사과를 솎아내고 난 것들을 모아서 동자액비 영양제를 만들었다. 이외에도 매년 새로운 재료와 방법들을 사용한 친환경자재들을 만들었다. 사과나무는 장마철 비가 오기 전까지는 상태가 나쁘지 않았는데 장마 후에는 탄저병과 낙엽병 등이 발생해서 밭에 나가기 싫어졌다.

사과를 수확했을 때 판매가 가능한 것은 별로 없었다. 조금이라도 상처가 있거나 탄저병이 발생된 상태였다.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서 사과잼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사과즙과 식초로 가공도 해봤지만 식품위생과 관련된 법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생산량이 얼마 없어서 상품화되기 어려웠다. 콩, 들깨, 천년초, 천마, 인삼, 더덕, 도라지, 쌀, 오미자 등 다양한 작목을 재배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경제적으로는 늘 부족함이 많았다.

유기농을 향해 달려왔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고난의 시간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참 많다. 하지만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개인의 철학과 사명이 될 수 있지만 건강한 삶이 유지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것 또한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차선책을 택하거나 현실과 타협을 해야하는 벽을 만나게 된다. 어쩌면 나는 그 벽을 만나서 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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