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기부하기 좋은 농산물

브랜드와 상품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협업에 관한 문의가 들어왔다. 그 중에 축구선수 ‘이동국’님의 막내아들 ‘대박이’ 이름으로 행복한 나눔 행사를 하는데 농산물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을 때가 기억난다. 기부할 농산물을 두고 의견이 분분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할 때 먹는 것 만큼 소중한 것이 있을까? 우리의 주식인 ‘쌀’로 기부하면 수혜자의 끼니 해결에 가장 큰 도움이 되고, 상온에서도 오랫동안 두고 먹을 수 있다.

통계청에서는 1964년부터 한국인이 쌀을 얼마나 소비하는지 조사하고 있는데 2017년 기준 가장 적은 쌀 소비량을 기록했다. 국민 한사람이 하루에 한 공기 반 정도를 먹는 양이었고, 매년 쌀 소비량이 빠른 속도로 줄고 있었다. 무엇보다 재고량은 351만톤으로 1970년대 이후에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였다. 농촌진흥청에서 발표한 쌀의 영양성분과 효능에 대해서도 자료를 정리해서 기부하기 가장 좋은 농산물은 ‘쌀’이라는 제안을 하였다.

쌀을 기부하는 것으로 결정이 난 이후에는 어떤 쌀로 하는 게 좋을지 대학 동문들에게도 연락을 해봤고, 마을에 쌀 농사를 지으시는 분들께도 문의 해봤다. 수확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논란도 있었고, 무엇보다 소포장을 해야 하는 일이 까다로워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그 때 고흥해풍쌀을 함께 만들었던 회장님께서 흔쾌히 유기농 쌀을 내어 주시기로 했고, 공급가격도 시중가보다 훨씬 더 저렴하게 주셨다.

RPC(정미소)에 나락을 한가득 싣고 가서 도정한 쌀을 하나하나 포장용기에 담았다. RPC에서 사용하는 규격 포장이 아니어서 모든 과정이 수작업이었고, 정말 땀 나게 눈물 나게 고생한 끝에 기부 행사에 필요한 수량이 모두 준비되었다. 그렇게 쌀을 보내고 나니 좋은 일에 우리 농산물이 쓰여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다. 더 많은 곳에서 다양하게 우리 농산물의 소비가 일어났으면 좋겠고, 함께 해주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