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유기농, 캐릭터를 만들다.

농업박람회에 갔다가 우연히 동결건조과일칩을 접하게 되었다. 기존의 열풍건조방식과는 달리 딱딱하지도 않고, 입 안에서 살살 녹기 때문에 특히 아이들이 먹기에 너무나 좋은 상품이었다. 유기농산물을 구매하는 소비자층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여성이 많다. 아이들에게 보다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는 여성 소비자와 이이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장치가 농산물 ‘캐릭터’ 였다. 좋은 먹거리를 알리고 전달하기 위해 농산물, 식품 등의 포장에 캐릭터를 활용하고, 먹거리 이외에도 교육, 체험, 학습,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컨텐츠와 다양한 캐릭터 상품들을 판매할 수 있어 사업을 확장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동결건조과일칩 브랜드는 아이들의 과일(농산물)이라는 의미로 ‘Fruit Kid’라고 이름 지었고, 사과, 배, 딸기 캐릭터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캐릭터를 앞장세워 동결건조과일칩 제조업체와 패키지 전문 업체를 방문하였다. 우리는 여전히 유기농만 고집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조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힘들었지만 이 때 유기가공식품의 인증이 얼마나 까다롭고, 유지관리가 어려운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일일생산량이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파일럿 상품 정도만 기획할 수밖에 없는 단점도 있었다. 그것 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는데 포장지를 만드는 일에서 발생되었다.

포장지를 소량으로 생산 의뢰를 하다보니 대량생산 시 사용하는 동판 인쇄 방식이 아니라 작업자가 하나씩 찍어내는 수작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 우리는 MOQ(최소주문수량)가 뭔지도 몰랐고,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 만큼이나 아주 비싼 값으로 수업료를 지불하고 있었다. 그렇게 포장지가 만들어져 제조업체로 보냈고, 얼마 되지 않아 Fruit Kid 유기농 동결건조과일칩을 시중에 내어 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