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유기농 비누를 만들다. ( 2 )

그렇게 유기농 홍삼액을 가지고, 천연 비누의 ODM 생산을 의뢰하게 되었다. 비누를 만들고 인터넷으로 포장박스 샘플을 주문하고, 디자인 업체도 알아봤는데 여기서 부터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시작되었다. 비누 디자인과 세트 포장 비용까지 고려해봤을 때 비누 제조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정도로 과다했다. 처음 상품을 개발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작에 의미를 두기는 했지만 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고, 너무 모르는 게 많았다.

단순히 유기농 홍삼 비누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만 앞섰을 뿐 브랜드, 디자인, 포장, 가격, 유통, 홍보, 마케팅 등 상품이 하나가 만들어지고 판매가 되기까지 해야할 일들이 참 많았다. 상품을 소개할 때 필요한 이미지, 영상 등을 촬영하고 기록하는 일부터 브랜드를 만들고, 디자인을 선택하기 까지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포장의 형태와 세트 구성도 쉽지 않았지만 원가를 책정하고, 소비자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 제일 어려웠다.

디자인 업체와 수차례 미팅을 가졌음에도 브랜드와 디자인이 쉽게 결정되지 못해서 지인으로부터 디자이너를 소개받아 함께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일을 하면서 농업에 대한 서로의 생각과 사업의 방향성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다 보니 디자이너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상품기획과 개발을 함께 할 파트너가 되었다. 무모한 도전이었기에 비누의 브랜드와 디자인이 결정되고 나서야 뒤늦게 어떻게 유통하고 판매할 것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미국형의 지인이 중국에서 유통업을 크게 하고 있었는데 유기농 홍삼 비누 상품개발 스토리와 시제품을 사용해 보고, 흔쾌히 초도 물량을 매입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무렵 북한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주한미군의 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중국과 외교 문제가 발생하였다. 생각하지 못했던 문제가 수출 길에 발목을 잡았고, 결국 해외로 뻗어 나갈 수 있었던 기회가 사라졌지만 사업의 미래를 함께 할 파트너가 더 늘어나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