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농업 매니지먼트가 필요하다.

온라인 전자상거래가 점차 활성화되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가 유통되면서 유기농 사과를 판매하고 싶다고 서울에서 사람이 찾아왔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외국에서 오래 살았는지 한국말도 서툰 사람이 원하는 가격에 판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농산물을 팔아서 수익이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도 들었고, 무슨 자신감에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유기농 농산물을 팔겠다고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늘었지만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힘들고, 상품과 서비스 또한 제한적이기 때문에 생산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플랫폼을 통해 농산물을 비롯한 체험, 여행과 같은 상품을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 틈틈히 미팅도 하고, 전화 통화를 수도 없이 하면서 유기농에 대한 생각과 고민, 특히 생산자 관점에서 필요한 서비스에 대한 나의 의견을 전달했다.

실습 농장에 등산하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농로에 주차를 해놓고 가는 바람에 트랙터가 진입하지 못해 일을 못한 적이 있다. 농장주는 뒤늦게 산에서 내려온 등산객에게 화를 내며 이야기 했지만 등산객은 농장주를 무시하면서 오히려 가는 길을 막는다며 화를 냈다. 농장주가 무시당할 이유가 없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하다가 나는 국립공원 관리자와 같은 모자를 구입하고, 농장 로고 만든 후 자수 로고를 주문해서 모자에 넣었다.

그 후로 등산객들이 고분고분 했고, 때로는 단속인 줄 알고 산에서 캔 산야초를 말없이 내려놓고 지나갔다. 플랫폼에 소개된 농부들의 복장은 군복, 등산복, 개량한복 등 천차만별이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움 일 수 있지만 농부들이 소개되는 이미지가 맘에 들지 않았고, 적어도 우리가 소개한 농부는 운동 선수처럼 유니폼이 필요하다고 얘기 했다. 그렇게 농업 매니지먼트가 어떤 역할이 되어야 하는지 하나씩 아이디어를 쌓아 나갔다.